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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조우네 마음 약국’

‘조우네 마음 약국’ 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조증과 우울증이 있는 40대 가장이 자신에게 붙인 별명이 ‘조우’다. 사랑하는 가족과 5년째 채널을 운영하며 용감하게 자신의 증상과 치료 과정을 나누는 채널이다. 정신병은 수치스럽고 숨겨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샛별처럼 빛나는 가족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있는 ‘아둘람 공동체’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인 조울증 환자와 가족이 모여든다. 필자도 지난 4월 이분들을 방문했다. 필자가 지난 2년간 ‘수잔 정 마음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정신과 교육용 유튜브를 만든 이유는 어떻게 해서라도 한국인의 자살률을 낮추고 싶어서였다. 조울증은 정신과 질환 중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병이다.   1990년대 이후 두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정신 질환 치료 약물 개발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중 가장 성과가 있었던 것이 항우울제다. 항우울제는 우울 증상과 정상 감정이 교차하는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ve Disorder)’이나 불안 증상에 효과가 탁월한 약품이다. 이 질병은 일명 ‘일극성 우울 질환(Unipolar Depression)’ 이라고도 불린다. 조울증을 ‘양극성 질환( Bipolar Disorder)’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비한 것으로 ‘조증(북극)’ 과 ‘우울증(남극)’을 오르내리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성의 30%가 경험할 수 있다는 일극성 질환은 흔하게 나타나다 보니 ‘정신 질환의 감기’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우울한 감정과 주요 우울증을 구별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비유를 잘못한 것이다. 주요 우울증은 적어도 2주일간 우울하며, 모든 흥미를 잃은 채,수면의 변화, 식욕의 변화,성욕의 감퇴, 집중 불가능,결정 능력 상실과 함께 죽음에 대한 수동적 기원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자살 기도까지 이른다. 정신병의 감기가 아니라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환자 가운데 약 10%가 자살 기도를 하지만 대부분 약물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남자는 약 15%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한다.   이에 비해 조울증, 즉 양극성 질환의 우울 증상은 거의 일극성 우울과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상태다. 조증( mania), 또는 경조증(hypomania) 증세가 오는 병이다. 조증이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고 의욕이 넘치는 상태다. 말이 빨라지고 업무나 학업 등에 놀랄 만큼 집중을 한다. 그런데 과소비,도박,무모한 투자,문란한 성생활 등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도 집착한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을 하게 된다. 조증 동안에는 잠도 거의 자지 않는다. 필자가 치료하던 한 환자는 새벽 3시에 로스앤젤레스 시장과의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루 3시간만 잠을 자도 피곤하지 않다고 한다.     필자가 카이저 병원에서 일할 당시 젊고 아름다운 신장 전문의사(kidney specialist)가 자기 환자의 상담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 환자는 중년 남성으로 신장 이식 수술을 한 후 매일 사랑을 고백하는 시나 편지를 보낸다는 하소연이었다. 상담 결과 그는 수면 감소, 성욕 증가 증세가 있는  조울증 환자였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지적 능력이나 인지 작용에는 큰 지장이 없고 정서적 변화만 심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은 조증 상태에서는 절대로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울 증상이 심할 때 정신과를 찾는 경우, 자신이 과거에 조증이나 경조증이 있었다는 것을 의사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주요 우울증으로 진단이 되기 쉽고, 항우울제 처방을 받게 된다. 조울증 환자들이 정서 안정제를  동시에 복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항우울제만을  복용하는 경우 정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mood shifting) 화가 심해지거나 ,더 우울해지고, 자살 충동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항우울제에는 ‘자살 위험이 있다’는 경고문이 있다. 이런 유형의 환자 3명 중 1명은 자살 기도를 하는데 투신 등 사망 확률이 높은 방법을 선택한다. 그래서 치료가 중요한 질병이다.   조울증은 진단이 어려운 심각한 우울 질환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NIMH(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Disorder)가 “3년 내에만 진단을 받으면 치료 효과가 크다”고 하겠는가.   이 질환에 효과적인 리튬, 항경련제,그리고 항정신제의 사용으로 일반인은 물론 많은 예술가,작가, 과학자들이 행복하고 생산적인 생을 영위하고 있다.   ‘조우네’의 두 형제가 좋은 예다. 이 병에 대해서 공부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아 자살이라는 파괴적 길로부터 자신과 주변 사람을 보호하자.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조우네 마음 조우네 마음 정신과 질환 주요 우울증

2024-09-04

[오픈 업] 정신병에도 단계가 있나요?

최근 한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28%가 정신과 질환이 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미국과 거의 동일하다. 즉,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진단이 가능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병은 걸리지 않는 것이 최상이고, 만일 걸렸다면 조기 진단을 통해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록 늦게 발견이 되었다 하더라도,병의 정체를 알면 치료도 쉽고 환자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OECD 국가들의 평균 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미국 정신과 교과서에서 발견한 것이 2년 전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내과 전문의로 일하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 본인의 환자들 가운데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과 치료를 권하면 대부분 강하게 거부한다고 했다.     “누구를 미친 사람 취급하느냐?”며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펄펄 뛰면서 화를 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구는 내게 정신과 질병에 관한 교육용 유튜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환자나 가족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필요한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필자의 유튜브 채널이다.     정신과 질병을 위험도 순위에 따라 세 개의 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증(psychosis), 소위 “미쳤다”라고 불리는 단계로 개인의 생각과 외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매우 위험해질 수 있는 단계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가 지나가며 경보음을 울렸다고 가정하자. 일반인이라면 친구나 이웃이 반가워 보내는 신호이거나, 차도에 너무 가까이 있어 위험하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증 환자라면, ‘나를 감시하는 경찰들끼리 서로 보내는 신호’라고 믿어 무기로 방어 태세를 취하거나 급히 도망을 갈 수도 있다. 조현병, 조울증, 심한 주요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이런 증세가 올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태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다. 빨리 입원을 시키든지,  적당한 약물 치료와  상담, 그리고 병에 대한 교육을 환자와 가족에게  해야 한다.     이 밖에 술이나 다른 중독 물질 때문에 오는 금단  증상, 또는 환각 상태에서도 비슷한 정신증을 일으킨다. 이 경우에는 정신적인 치료와 함께 내과적 응급 처치도 필요하다. 만성적 간 질환이나 신부전증 때문에 체내 노폐물이 축적되어 두뇌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알츠하이머나 순환성 치매 환자들의 경우에도 두뇌 세포의 병변에 의해서 정신증이 올 수 있다. 판단이나 감정 조절 등을 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단계는 ‘노이로제’라고도 불렸던 각종 불안이나 강박 증세, ‘신병’으로 불리는 컬처 바운드 신드롬(culture-bound syndrome)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원인은 모르지만 세상의 종말이 올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를 경험한다. 어린 시절부터 예민했던 경우도 있고, 각종 정신적 ,육체적 외상 경험을 한 후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이 단계의 환자들은 상담 치료나, 약물치료에 잘 반응한다.   셋째는 ‘적응 문제(Adjustment Disorder)’로  새로운 환경이나, 어려움에 부딪힌 경우 경험하는 불안감, 우울감, 또는 행동의 변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두려웠던 감정이나, 자신감 결여, 결정에 대한 후회 등 온갖 감정의 회오리나, 육체적인 행동까지도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러다가 취직을 하고 말도 통하게 되면 본래의 마음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개인에 따라 이 기간이 몇 개월이 걸리지 않거나 혹은 일 년을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이나 우울 상태가 오래 계속되며, 일상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라면 적응 증세가 아닌 ,불안 장애나 우울 장애 가능성이 높아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일 반사회성 인격 장애나 경계성 인격 장애 등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런 시기에 우울함이나 불안한 감정 외에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등의 범죄나 자살 기도 등 파괴적 행동도 보일 수 있어 정신과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 아니면 순번을 거꾸로 하면 첫 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평상시의 정신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정신증은 두뇌라는 장기의 병이니 빨리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와 함께 다른 도움도 받아야 한다. 불안이나 우울이 주요 증세인 둘째 단계도 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라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정신 질환은 자신을 존중하고 주위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며, 규칙적인 운동과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생활을 하면 예방이 된다.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의 일지를 쓰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정신병 정신과 치료 정신과 질환 정신과 질병

2024-07-23

[열린광장] 정신과 병동

현대사회는 통제되지 않는 정신병동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의한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사건,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부모까지 살해하는 일, 실직으로 인한 보복 범행, 청소년 자살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은 부족한 상태다.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지속할 것이다.     병원 응급실을 통해 정신과 병실에 입원하는 사람의 10% -30%는 약물 중독에 의한 정신 착란 증세로 인해 난폭해지는 사람들이다. 과거에는 우울증 환자, 자살 위험 환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처가 있을 경우에는 외과 병실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했을 때는 내과 병실에 입원했다 정신과 병실로 옮긴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이에 대한 치료비를 줄이고 있어 이런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강제 입원 환자의 70%는 피해망상증을 가진 정신질환자들로 남을 해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경우다. (청소년 병동의 70%는 자해나 자살 시도)     피해망상증은 여러 가지 정신 질환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가 ‘피해망상 성격 장애’다. 하지만 이들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 타인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입원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번째는 ‘망상병의 피해망상형’이다. 이들은 단순히 피해망상만 있으며, 그 망상 외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주로 혼자 살며 큰 문제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낸다.     세 번째는 ‘조현병의 피해망상형’이다. 주로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피해망상 증상을 보이며 사회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폭력성을 나타내며 보통 한 명, 또는 그와 관련된 두세 명을 공격한다.   네 번째가 조울증과 과대망상, 피해망상을 합친 경우다. 이런 환자는 여러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과거 총기를 난사해 33명을 살해한 조승희도 조울증과 피해망상, 과대망상이 합쳐진 경우다.     정신과 환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폭력적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자기를 해치려고 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있어 정당방위 차운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자기를 감시하고, 간섭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한다면 얼마나 무섭고 화나고 괴롭겠는가. 밤마다 우주벌레가 와서 자기 눈을 파먹는다고 호소하던 피해망상 조현병 환자가 있었다. 그는 지속하는 환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몇 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정신과적으로 느끼는 고통은 자기와 남을 파멸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의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다. 정신과 질환의 위험성을 알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끄는 시민 의식,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강제 입원 치료도 가능하게 하는 법적 뒷받침, 그리고 치료비에 관한 정부와 보험 회사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 남을 해하고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정신병에 대한 이해와 협조, 대책이 시급하다.   의료인으로서 정신질환자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책임감도 느낀다. 난폭한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미 지구라는 정신병동에 함께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열린광장 정신과 병동 정신과 환자 정신과 병실 정신과 질환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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